수면, 성장뿐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는 영역
"키가 크려면 일찍 재워라."
"늦게 자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안 된다."
성장 상담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이 말을 실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요즘 학생들은 제때 잠을 자기 힘듭니다. 밤늦게까지, 심지어는 새벽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과 아이들은 한참 커야 할 시기에 잠을 못 자면 성장에 지장을 준다고 알고 있어 공부와 성장 사이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밤 10시경 잠을 자면 자정쯤 많은 양의 성장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부터 키가 잘 크려면 늦어도 밤 11시에는 잠을 자야 된다는 생각이 정설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부를 늦게까지 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은 성장호르몬 분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를 놓쳐서 키가 덜 크는 걸까요? 그게 사실이라면 공부를 새벽까지 하는 아이들 대부분의 키가 작아야 할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를 몇 시에 재워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너무 늦게 재우는 것은 피하세요."라고 대답합니다.
"밤 11시 정도에는 재워야 한다는데 그래야 하나요?"라고 하면 "그 정도가 좋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이는 정상적인 수면 시간을 너무 거스르지 말라는 의미가 있는 대답일 뿐 그 시간에 자야만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그 시간을 넘겨 자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정확한 답을 듣기를 원합니다. 11시냐 12시냐 등등...
때로는 공부가 아닌 컴퓨터라든지 다른 일에 매달려 늦게 자는 자녀들에게 의사 선생님의 말은 통할 것이라는 기대와 암시가 깔려 있는 경우에는 아이가 듣는 앞에서 부모님의 손을 들어줘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면은 성장과 관련짓지 않더라도 생체 리듬과 관련되어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생명체라면 무엇이든지 수면이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그만큼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하며 신비스러운 영역입니다.
수면 중에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는 사실은 약 40년 전에 발견되었습니다. 성장호르몬은 하루 종일 파동성으로 분비되기는 하지만 잠이 든 후 여러 수면 단계 중에서 깊은 수면 상태, 뇌파로 보면 서파 수면 상태에 전체 분비량의 2/3 정도에 해당되는 양이 분비됩니다.
여러 연구에서 잠을 못 자게 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되다가 다시 자게 하면 많이 분비되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수면 중 성장호르몬 분비는 성별 간에 차이가 있는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면 중 분비되는 성장호르몬 비율이 낮습니다.
남성은 깊은 수면이 점차 줄어드는 30대부터 성장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며, 50대가 되면 거의 분비되지 않습니다. 여성은 폐경과 더불어 성장호르몬 분비가 감소합니다.
성장호르몬 분비는 일주기 리듬과 관계가 있으며, 특히 성장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성장호르몬 방출 호르몬이 깊은 수면을 유도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어느 정도 코티솔 분비가 가장 낮은 자정 무렵에 성장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는 요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늦게 자더라도 충분한 숙면 상태를 유지하라
수면은 성장호르몬 분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평생 사는 동안 1/3은 잠을 잔다고 합니다. 이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있을까요?
"잠이 보약이다", "잠이 비타민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은 그만큼 수면이 우리에게 유익하다는 얘기입니다.
사람의 수면 상태는 뇌의 활동 상태에 따라 4단계로 나뉘며, 크게 얕은 수면(렘수면)과 깊은 수면(비렘수면)으로 구분합니다.
잠이 든 초기에 깊은 수면이 많으며 새벽이 되면 얕은 수면 상태가 늘고, 이때 꿈도 꿉니다. 비강, 상기도 등에 문제가 생기면 수면 장애가 발생해 코골이부터 시작해서 수면무호흡증까지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수면 장애가 생기면 본인은 잠을 충분히 잤다고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수면 중에 일어나는 회복 작용이 충분하지 않아 낮 시간 동안에 졸림이나 무기력함을 느끼고 피곤하여 일의 능률이 떨어집니다.
수면 중에 뇌를 비롯한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반면,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잠을 자면서 일을 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많이 소모하고 깊은 수면 상태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주므로 성장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수면을 잘 관리하는 것이 키가 크는데 분명 중요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일찍 자고 충분히 자는 것이 좋겠습니다. 성장도 문제이지만 늦게까지 공부에 매달려 수면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 낮 시간에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학습 효과가 떨어지게 되며 결국 낮 시간에 자게 되는 악순환이 형성됩니다.
늦게 자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안 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사실이 아닙니다. 또한 생활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아이에게 오늘부터는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늦게 자더라도 충분한 숙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오히려 좋은 방법입니다.
부모들이라면 가끔씩 수면 장애의 증상이 없는지를 점검하여 수면 시간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닌지, 수면에 방해가 되는 문제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수면 중에 뇌에 자극이 될 만한 소음을 없애고 소등을 하며, 몸의 모든 부분이 이완될 수 있는 편안한 잠자리가 필요하며, 수면 장애의 증상이 있다면 이를 교정해 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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