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의 판결은 구당의 침·뜸 교육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 한의사의 경우 6년의 교육 후 면허 불법 침사는 수개월 교육 수료증뿐 무면허 침술원 난립.. 부작용 우려문화일보 | 이용권 기자 |
다시 불 붙은 ‘침술 논쟁’
침 시술가 구당(灸堂) 김남수(101) 옹이 일반인을 상대로 실시해 온 침·뜸 교육을 제한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근 판결이 후속 논쟁에 불을 붙였다. 침술을 사용하는 한의사와 구당이 만든 한국정통침구학회 간의 ‘침술 논쟁’이다. 일각에서는 한의사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는 안전성이 최우선이라는 의료행위의 기본 원칙에서 다소 비켜나 있다는 평가다. 침·뜸 ‘교육’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일 뿐 구당에게 교육받은 사람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시술’할 경우 무면허 문제는 계속 남아 있다는 점에서다.
구당 김남수 옹의 일반인을 상대로 한 침·뜸 교육을 제한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로 ‘침술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가운데 한 침사가 환자에게 침 시술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실 제 현행 의료법상 일반인이 아무리 침·뜸 교육을 받아도 국가에서 자격을 관리하는 한의사 면허를 따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침술과 뜸 치료를 할 수 없다.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침술이나 뜸을 자칫 잘못 시술하게 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탓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해당 교육과정에서 의료법 위반행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는 위법행위를 단정할 수 없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당의 침·뜸 교육 허용 판결을 계기로 현재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는 불법 침술과 제도적 허점 등을 분석해 봤다.
◇ 난립하는 무허가 침술원 = 현행 의료법상 침술은 6년제 한의대 교육과정을 거친 한의사가 국가자격시험에서 면허를 취득했을 경우 시행할 수 있다. 또 구당과 같은 ‘침사’도 침술을 할 수 있지만, 침사는 일제강점기 이후 해당 자격 배출이 중단됐다. 침사는 일제강점기 전통 한의학 영역을 침사(침)·구사(뜸)·접골사(접골) 등으로 세분화해 자격화한 것이다.
23 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남아 있는 침사는 23명, 구사는 6명, 접골사는 13명에 불과하다. 인원도 극소수인 데다 대부분 고령인 만큼 이들이 시술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술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무자격 침술사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다. 침술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영업하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달한다. 간판을 내걸지 않고 알음알음 영업하는 침술원까지 합하면 수천 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부분 침사 등에게 수개월 교육을 받은 수료증을 내걸고 침술행위를 하고 있다.
의사에게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것처럼 침술 교육을 받았다고 침술을 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한의사의 경우 침술과 뜸 치료를 행하기 위해서는 6년 과정의 한의대 정규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 중 3000여 시간의 이론 교육과 실습을 이수해야 한다. 이후 한의학 자격시험을 거쳐 면허를 취득해도 일반 수련의 1년 과정과 침·뜸 치료를 전문적으로 습득하는 3년의 전문의 과정을 추가로 밟아야 침구과 한의사가 된다. 이에 반해 침술원에서 시술하는 사람들은 한의대가 아닌 민간 교육원에서 단기간 교육을 받은 뒤, 국가 면허도 없이 불법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일반인이 운전면허증을 가진 사람에게 교육을 받은 뒤 법적 효력이 없는 수료증만 가지고 운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 부정확한 침술은 부작용 가능성 높아 = 문제는 침술이나 뜸 치료를 환자의 상태에 맞춰 정확하게 시행하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의보감 등 전통 한의학에 따르면 침과 뜸은 단순히 치료 위치를 잡아 해당 행위를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정확하게 알아야 내부 장기 및 조직에 손상을 가하지 않고 감염을 피할 수 있다. 인체에 대한 의학적·한의학적 생리와 병리학적 이해가 기반이 돼야만 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침구 치료는 ‘진단이 정해진 이후에도 경락과 경혈에 대한 이해는 물론 침과 뜸의 치료 목적 등을 제대로 이해해야 정확한 위치에 필요한 만큼의 자극을 가할 수 있는 종합적인 의료행위’라고 밝히고 있다. 단순히 어떤 질병은 어떤 자리에 침과 뜸을 놓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체질 등을 파악한 뒤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확한 진단 없이 시술하거나 서투른 시술법으로 인한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검찰 등에 따르면 무면허로 침을 놓다가 폐를 관통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 무허가 침술원에서 벌침을 성기 주변에 잘못 맞아 감염으로 성기를 절단한 피해자도 있었다. 뜸 치료가 금기시돼 있는 당뇨 환자가 치료를 받았다가 심각한 부작용으로 병원에 실려 오거나, 잘못된 침술 시행으로 전신마비를 겪는 사례도 흔하게 보고되고 있다.
잘못된 시술에 따른 국민적 비용 지출도 크다. 한의사의 침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1만 원이 채 되지 않지만, 무허가 침술원에서는 2만∼3만 원에서부터 최대 10만 원을 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무허가 침술원에 대한 단속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의사는 면허를 취득한 뒤에도 정기적인 보수 교육 등으로 정부가 관리하고 있지만, 무허가 침술원은 부작용을 겪은 피해자가 직접 경찰 등에 신고하지 않으면 계속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용권 기자 freeuse@
한의학계는 불법·무자격 침술원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구당 김남수 옹의 교육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1·2심 재판부에 의해 한의사 자격이 없는 자의 침술 교육이 불법으로 간주되는 상황에서도 무허가 침술원이 난립했는데, 교육이 허용되면 실습 등을 이유로 불법 침술 행위가 극성을 부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침구과 한의사 등으로 구성된 대한침구학회는 23일 대법원 판결을 두고 “국민 건강과 안전을 도모하는 의료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이 지난 10일 구당이 대표로 있는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침·뜸 교육시설 설치를 승인해 달라며 서울 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구당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데 대해서다. 앞서 1·2심은 “국민 건강·안전과 직결되는 의학 분야는 평생교육시설 교습 과정으로 적절치 않다”며 “강사 모두가 한의사 자격이 없는 만큼, 임상·실습수업 중 무면허 의료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결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 교육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며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이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침구학회는 이에 대해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다양한 의학적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고 뜸에 대해 더 많은 국민이 정확하게 배우고 알게 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다만 그것이 정규 교육과정도 밟지 않고, 국가 면허도 없는 자가 설립한 교육원에서 검증되지 않은 교육과정을 통해 전파되는 것은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대한침구학회는 “현재 각 한의사가 소속된 대학병원 침구과에서는 무분별하게 시행된 뜸 치료로 인해 조직 손상까지 초래하는 화상을 입은 환자, 화상이 감염을 일으켜 위험한 상황에 놓인 환자, 뜸 치료만 맹신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 등을 자주 접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교육기관을 통해 무분별하게 뜸 치료가 잘못 확산돼 더 큰 사고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매우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한 침구학회는 “평생교육 수준의 일반인이 알아야 할 건강 상식, 건강 강좌는 지금도 각 한의과 대학 및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발 더 나아가 일반인이 직접 한방 의료행위를 실습한다는 것은 건강 강좌에 참여하면서 서로에게 소염진통제나 항생제를 투여하고, 주사를 찔러 보며 메스를 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침술 등의 의료행위는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평생교육으로 누구에게나 허용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규제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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