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OO교수님이 제일 유명하신 분인데, 내가 그분한테 진료를 받았어!
진료실에서 적지 않게 듣는 말이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인성 질환의 증가추세가 가파르다. 그로인해 고령의 노인들은 여기저기 병원을 다닐 수 밖에 없다. 가벼운 감기, 소화불량 등은 동네 1차의료기관에서 해결한다지만 심장질환, 뇌질환, 내분비질환 등은 3차의료기관(대학병원 등)을 가서 '제대로된' 진단과 진료, 그리고 치료를 받고 싶은건 인지상정이겠다.
그렇게 3차의료기관을 가서도 그 중에 유명한 교수, 잘한다는 교수, 명의라 불리는 교수에게 특진을 신청해서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왕 대학병원을 갔으니 거기서 제일 잘한다는 '교수님'께 진료를 받고 싶은 것 역시 인지상정이겠다. (가벼운 질환임에도 대학병원을 찾아 가는 경우는 예외다. 가벼운 질환을 잘본다는 명의는 잘 없지 않은가!!)
그렇게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고 약 처방을 받고 다음 내원일자를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안심이 되는가 보다. 나 역시 그럴 것 같다. '명의라고 소문난 교수님이 모르면 누가 알아?' '유명한 교수님이시니 나는 최고의 진료, 최고의 치료를 받고 있는거야!' 라는 심리가 깔려 있겠다.
이렇게 3차의료기관에서 훌륭한 교수님의 진료를 받으신 분들 중 일부는(절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다른 치료를 받으러 와서 혹은 동일 질환의 가벼운 치료, 처치를 받으러 와서 진료실에서 그간의 역사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ㅁㅁㅁ종합병원에서 OOO교수님이 제일 유명하진 분인데, 내가 그분한테 진료를 받았어!"
'네~ 그러셨군요. 그건 그렇고 지금은 어디가 불편하세요?'
"그게 어떻게 된거냐 하면~~~~~ 그래서~~~~~~ OOO교수님이 ~~~~~~ 검사도 다~ 하고~~~~~~~"
'네, OOO교수님께 진료를 받으신게 언제신데요?'
"작년 이맘때 쯤이지"
..
..
..
'지금 불편하신데를 말씀해주세요'
"어제부터 어깨가 좀 아파"
..
..
..
환자의 히스토리(그 동안 환자의 병의 진행, 변천과정)를 파악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 필요한 내용과 환자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가능한 참을성을 가지고 환자의 말을 경청하면서 진단에 필요한 내용을 환자가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겠다. 그러나 실제 진료현장에서 긴 시간을 들여 환자의 말을 모두 경청하기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러니 환자도 어떤 내용을 알려주는 것이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고(혹은 준비하고) 말하는 센스가 필요하겠다.
아래의 글은 명의, 최고의 전문의, 유명한 교수님 등에게 진료를 받는 것(혹은 그런 최고위 권위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자 하는 마음)에 대해 한 번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는 글이다. 길지 않은 글이니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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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다급한 친구나 형(동생)의 친구로부터 SOS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가 집에서 심장발작을 일으켜, 앰뷸런스를 타고 XXX 주의 YYY 병원으로 가는 중이야. 최고의 심장전문의를 좀 추천해 줄래?"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에게 심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온갖 인맥을 동원해서 최고의 심장전문의를 찾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건 잘못된 행동이다. 놀랍게도, 올바른 행동은 정반대다. 유명한 의사나 고참 의사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가 환자에게는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은 더욱 충격적이다(http://archinte.jamanetwork.com/article.aspx?articleid=2038979&resultClick=3). 내용인 즉, "지난 10년간 미국 최고의 대학병원에 입원한 환자 수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명적인 급성 심장발작으로 입원한 환자들은 고참 의사가 자리를 비웠을 때 더 경과가 좋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고위험 심부전 및 심장정지 환자들의 30일 사망률은 전문의들이 미국 심장학회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가장 낮았다." 그런데 연구진이 계산해낸 차이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일부 환자들의 사망률은 최고의 의사들이 병원에 없을 때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제일 가는 심장전문의가 당신을 돌보는데, 생존율이 상승하지 않는다니! 직관에 배치되는 쇼킹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연구진은 흥미로운 방법으로 결론의 타당성을 확인했다. 암이나 정형외과 전문의가 학회에 참석했을 때는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에 변동이 없었으며, 심장전문의가 학회에 참석했을 때는 비심장질환(예: 고관절 골절)으로 인한 사망률에 변동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은 심장질환 환자들은 동네병원에서 치료받은 심장질환 환자들보다 경과가 좋았다. 그러므로 심장질환 환자들은 가능하면 대학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병원에서 고참 심장전문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환자의 사망률이 올라가는 이유는 뭘까?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고참 심장전문의들은 엄청난 학구파여서 이론에만 능한 반면, 신참의사나 수련의들은 최근에 훈련을 받은 관계로 임상에 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고참 의사들은 다양한 시술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심장정지 환자의 경우, 고참의사들은 신참의사들보다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관상동맥을 여는 수술을 더 자주하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것이다.
과유불급의 폐해를 지적한 연구결과는 또 있다. 이스라엘의 연구진은 여러 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투약을 중단하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지켜봤다(이런 노인들은 평균적으로 7가지 이상의 약을 먹는 게 예사다). 90% 이상의 노인들에게 약 5개의 약물복용을 중단하게 한 결과, 그로 인해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은 환자들은 거의 없었다. 거의 모든 환자들은 되레 건강이 호전되고 약제비가 절약되었으며, 경과가 악화되어 약물투여를 재개한 사람은 겨우 2%에 불과했다.
의사든 환자든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검사와 치료에는 오류와 부작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며, 하나의 치료로 인해 또 다른 치료가 불가피해져 결과적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 사례로는, 인후염이나 귀 감염과 같은 간단한 질환에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의사들은 과유불급의 지혜를 잊고, 약물투여, 혈액검사, 영상촬영, 수술을 강행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다다익선에서 과유불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모든 치료를 행하기에 앞서서, 성공률이나 합병증 등에 관한 자료 일체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약물을 과도하게 복용하는 노인들의 경우,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일부 약물의 복용을 중단시켜 보는 것이다.
환자와 가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의사가 어떤 치료나 검사(예: 엑스레이, 유전자검사, 수술)를 제안할 경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첫째, 검사를 하면 뭐가 달라지나? 치료의 접근방법이 달라지나? 둘째, 치료를 하면 수명이 얼마나 연장되고, 심장발작 위험이 얼마나 감소하나? 셋째, 심각한 부작용은 없나? 넷째, 의과대학 부속병원인가?(《JAMA Internal Medicine》의 논문에 의하면,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의 사망률이 더 낮다고 한다.
이런 질문을 하면 의사가 불쾌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자신의 전문적 결정을 설명하거나 판단받는 게 기분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조사결과에 의하면, 치료의 득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받은 환자들은 과잉치료를 삼가고 의학적 결정에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당신의 어머니가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면, 그 병원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를 찾을 게 아니라, 위의 네 가지 질문을 해보기 바란다.
※ 필자: 에제키엘 이매뉴얼(펜실베이니아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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