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의 두 얼굴
신경학 전문의 올리버 색스의 임상 사례 보고서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소설만큼이나 재미있어 연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이 책에는 자신의 다리를 죽은 사람의 다리로 착각한 남자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의대생 시절 들은 어떤 환자 이야기라는데 옮겨보면 이렇다.
자다 일어나 보니 누군가의 '잘린 다리'가 침대에 놓여 있더란다. 기분도 나쁘고 무시무사하기에 힘껏 밀쳤는데 환자 자신이 침대에서 떨어졌단다. 자신의 왼발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누군가의 죽은 다리가 자신의 몸에 붙어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정신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겠지만 이는 '감각신경병증'으로, 피리독신 과다 투여가 원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다리를 남의 다리로 오해하게 하는 피리독신은 무엇일까? 바로 비타민 B6이다. 비타민은 이름('비타 Vita'는 라틴어로 '생명'을 뜻한다)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 아닌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비타민에 대한 정보는 이렇다.
-적은 양이지만 에너지 대사와 정상적인 세포 활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다.
-대부분 몸 안에서 생성되지 않아 음식 등으로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에는 수용성과 지용성이 있다.
-대부분의 비타민은 강력한 항산화작용으로 노화와 질병을 예방한다.
그런 비타민이 어떻게 자신의 다리를 남의 다리로 착각하게 하는 끔찍한 신경장애를 유발했을까? 그건 바로 '과잉'탓이다. 약을 독으로 만드는 건 '함량' 차이이다. 비타민도 마찬가지다. 부족해도 문제이지만 필요한 양을 넘어서는 순간, 비타민은 여와 <배트맨>의 투페이스처럼 선한 얼굴에서 어느새 악인의 모습으로 돌아선다. 그렇다고 비타민을 무조건 경계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음에 인용한 것과 같은 경우에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비타민도 소용없을 공산이 크다.
"사람들은 운동을 학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건강한 식단을 짜서 먹으려 들지도 않는다. 음주를 그만두려 하지도 않고, 흡연을 계속하고 싶어하며, 위험한 섹스를 계속 즐기고 싶어한다. 그 대신 그저 알약 한 알을 먹고 싶어한다. 글쎄, 행운을 빌어줄 밖에" - 리처드 비치, 미국국립알코올 중독연구소 책임자.
-건강에 목숨걸지 마라 중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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