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키'를 생각하다가......
약 특히 화학적 합성을 통한 양약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항생제, 소염제 등은 약인성 간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항생제를 자주 쓰면 세균과 바이러스가 내성이 생겨 나중에는 항생제 자체가 듣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론에서 자주 보도된다. 탈리도마이드 성분의 약은 한 때 널리 처방되었으나 기형아를 낳는 부작용이 밝혀지면서 판매 중단되었다(탈리도마이드는 진정, 수면제다). 최근에는 프랑스 국립의약품안정청이 ‘밸프로에이트’라는 약물이 기형아 출산을 유발한다고 하여 규제에 나서고 있다(밸프로에이트는 1967년부터 처방되어왔던 조울증 치료약이다). 질병에 효과 있다고 믿고 처방받아 복용한 약들이 되돌릴 수 없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를 언론 보도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예방접종도 예방접종의 효용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백신접종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난 4월 26일에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예방접종 국민인식.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만 0~12세 이하 자녀를 둔 전국의 성인보호자 1068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3.4%가 무용론에 대한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무용론 탓에 예방접종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형성되었다는 답은 47%나 되었다. – 뉴시스. 이인준 기자 : 학부모 3명 중 1명 “예방백신 무용론 접해”… 일부 접종 포기 – 기사 발췌
백신에 첨가되는 알루미늄 보조제의 독성에 대한 경고도 한 때 SNS를 통해 전파되어 예방접종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개인위생이 발달하면서 너무 깨끗하게 아이를 키워서 아토피 비염 등의 알러지성 질환에 자꾸 걸린다는 연구들도 있다. 이는 ‘아이들은 아프면서 자라야 건강하다’는 생각을 강하게 지지해준다. 흙장난, 모래장난도 하고, 기생충에 감염도 되고, 수두도 앓고 지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이러한 소식들은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에게 ‘자연적인’ 육아에 대해 관심을 두게 하는 듯 하다. 의식주 모두 ‘천연’ ‘오가닉’ ‘유기농’ ‘자연방목’ 등의 수식어가 인기다. 아이에게 줄 ‘약’ 또는 ‘치료법’ 또한 ‘천연’ ‘자연’ 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얼마나 인기일까!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양약(대표적으로 항생제)과 예방접종 백신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왜 없을까.
어제 밤 자려고 누웠는데 안아키와 자연주의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을 맴돈다. 그러다 문득 머리속에 떠오른 두 가지가 있다.
감기 걸려 열이 날 때 해열제를 쓰지 않고, 항생제를 쓰지 않고 이겨내게 끔 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니다.
내가 우려되는 점은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악한 생각이지만, 아래에 그 두가지 생각을 적어본다.
하나는 양약과 백신이 영아사망률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그래, 당연히 성인 사망률에도 영향을 줬다). 물론 개인 및 대중 위생의 향상이 선행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양약과 백신의 중요도를 낮추진 않는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양약과 백신을 거부하고 소위 ‘자연주의 육아’를 너무 고집한다면 사망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재는 사망에 이르지 않게 의학적 처치를 받을 수 있지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은 자연주의 육아를 고집한 부모가 아니라 자녀에게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무턱대고 거부 할 것이 아니라 급한 불은 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면 한다. 의학적 처치와 자연주의적 처치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부모는 질병에 대한 공부, 인체의 생리 및 병리에 대한 공부가 되어있어야 위험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막연히 주변인의 경험담을 믿고 그대로 따르다가는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뒤따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목표는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고, 내 눈 감는 날까지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다음으로 사회가 너무 커지고 인구 밀집도가 너무 높아졌으며 사람의 활동반경이 매우 커졌다는 점이다. 사회적 범위에서 보면 개인의 질병이 오래가고 확산되는 것은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특히 전염성 질환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결핵, 수두, 홍역, 인플루엔자 등을 예방접종 하지 않았을 경우 해당 질병에 걸리고, 적절한(혹은 빠르게 나을 수 있는 약물치료) 치료를 거부한 채 활동을 한다면 타인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은 집에서만 생활하는게 아니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도 가야하고, 쇼핑몰도 가고, 워터파크도 다닌다. 전국 방방곡곡, 전세계 여러나라를 여행 다닌다. 전염력이 강한 시기에 온 세상에 내 질병을 전염시키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거다. 메르스 사태를 보자. 메르스는 중동호흡기 증후군이다. 200년 전이었으면 우리나라에 전파될 위험이 0에 가까웠을 이 질병은 국제적 교류가 활발한 현대사회에서는 순식간에 우리나라로 전해져서 전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국가가 나서서 메르스 확진 환자를 입원 및 치료를 하게끔 강제한 것은 전인구적 질병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자발적으로 격리된 채, 메르스 전담 병의원 진료를 통해 메르스 여부를 확진하게끔 했다. 이렇듯 질병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도 노력하고, 그 구성원인 개인들도 충분히 협조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