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등산을 좋아라 합니다.
인원수에 제한이 없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죠.
목표한 곳(보통 정상이 되겠네요)에 다다르면 탁 트인 경치에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면서
해냈다는 성취감에 뿌듯한 느낌도 들죠.
일단 출발하면 적게는 3시간, 길게는 9시간 정도 운동을 하게 되니
운동량도 충분하고, 땀도 한껏 흘리게 됩니다.
울창한 숲, 거대한 바위들을 품고 있는 산의 거대함에 대한 탄성과
묵묵히 수많은 사람들 품어주는 산의 너그러움에 대한 경외심으로
나의 인성도 정화되는 느낌도 있죠.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智者樂水)' 라 했는데,
어진사람이어서 산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산을 좋아하다보니 어질어지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결혼전에는 산을 많이 다녔었습니다. 지리산 종주도 수차례 했었고, 혼자만의 산행도 즐기는 편이었죠.
첫째애와 둘째애가 태어나면서 산에 다닐 시간 여유가 사라져서 등산을 못했었는데
석가탄신일에 단독산행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저의 근무처인 이수한의원이 사당동에 있다보니
환자분들이 관악산을 많이 다니십니다.
운동이 필요한 환자분들에게는 제가 관악산 등산을 권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처음엔 도봉산을 가려다가
관악산을 가기로 합니다.
이전에 관악산에 갈 때면 늘 찾았던 코스가 서울대입구에서 출발하는 코스였죠.
이번에도 그곳을 택합니다. 주차가 쉽다는 이유? ^^
5월의 햇살을 견디어 내는 꽃들의 색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네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죠.
아직 10년이 채 지나진 않은 것 같은데
관악산 등산로는 너무 많이 달라져 있어서 당황스러웠어요.
둘레길도 생겼고.
무슨 체험관? 같은 것도 생겨서 아기자기한 조형물도 설치되었더군요.
변함 없는건.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이날.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하늘은 쾌청했습니다.
호수공원도 생겼더군요.
궁궐의 연못을 테마로 한 듯 합니다.
부처님 오신날이었죠.
외나무다리도 건나갑니다.
멀리 기상관측소가 보이네요.
'저기가 목표야'
여기까진
내 몸이
잘 버텨줍니다.
예전에 관악산에 오를 땐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죠.
'오~ 아직 내 체력이 완전 바닥은 아닌가보다'
그. 러. 나.
...
그렇습니다.
관악산은 화산(火山)이자 악산(岳山) 인것입니다.
초반에는 완만했지만,,
중반이후에 제대로 된 관악산의 재미(?)를 드러냅니다.
끝없는 오르막...
그러고 보니 등산로 입구에선가.. 깔딱고개? 라는 명칭을 본 기억이 납니다.
여긴가?
아... 여기까지 올라오면 정산인줄 알았는데
왠걸...
아직도 연주대는 800m 나 남았습니다.
오르막 등산로에서 800m 는 너무나 먼 거리잖아요.
연주대 800m 이정표부터가
진정 깔딱고개였을지도 모릅니다.
헉..헉.. 헉.. 헉..
제가 등산을 할 때엔
나만의 원칙이 있습니다.
산을 오를 때는 쉬지않고 정상까지 간다.(매번 그렇진 못합지만.. 원칙상 그렇다는거죠)
올라갈 때 한번 쉬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관악산 올라가면서..
아~ 쉬었다 갈까? 라는 유혹을 몇번을 견디어냈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정상...... 인근의 능선에 오릅니다.
여기선 한번 쉽니다.
저 앞. 축구공 모양의 관측기지를 넘어가면 명실상부한 곽악산 연주대 정상인데,
갈 엄두가 안나서
쉬면서 물 마시고, 스니커즈 한개 깨물어 먹으면서 고민합니다.
갈까.. 말까...
문턱까지 와서
포기하면
남자가 아니지.... 라는 핑계로.
go! go!
혼자 산에 갔을 때의 단점이 있습니다.
기념촬영을 할 수가 없다는거.
산장에서 잠을 자는 경우 삼겹살 구우면서 시끌벅적 소주한잔 할수 없다는거.
다 비켜주세요.
저는 관악산 바위만 한컷 찍고 싶습니다.
라고 말할 수 없어서
그냥 멋진 포즈 잡고 계신 아저씨까지 등장하시게 되버렸습니다.
과천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경마장.
서울랜드.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
과천 주공아파트 단지들.
청계산.
..
관악산 정상을 스치는 바람을 한참 쐰 후
하산을 준비합니다.
등산만큼이나, 하산은 힘겨운 과정이죠.
다리가 후들후들.
서울대로 내려오는 바위능선 코스.
좀 험난하더군요.
그래도.. 바위능선의 장점인 풍광이 멋져서 다행입니다.
토끼바위.
하산길의 다른 여자분일행
'내가 저기서 사진을 찍다가 뒤를 돌아봤더니 엄청나게 거대한 토끼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거야. 깜짝 놀랐어'
라며 수근댑니다.
스토리텔링의 대가이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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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코스가 서울대 교정으로 나가면서 끝나더군요.
오랫만에 하는 산행이라 다리가 많이 아프더군요.
몸도 지치고, 목도 마르네요.
2시가 넘은 시간인지라 배도 너무너무 고프고.
지친 몸을 이끌고 걷기에는
서울대 교정이 너무 넓더군요.
나의 모교, 경희대였다면 정문과 후문을 몇번은 왕복했을 거리를 걷고 또 걸어도.
서울대 정문은 보이질 안아요.
천신만고 끝에.
차를 끌고 근처 콩나물국밥집에서 허기를 채웁니다.
낮동안 혼자 놀았으니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해야 합니다. ㅎㅎ
집에서 식구들을 챙기고
우이동으로 향합니다.
-.-;
낮에는 관악산, 저녁엔 북한산.
좀 대단한 일정인것 같네요. 휴~
우이동.. 선운산장인가?
식당의 이름보다는 위치로 기억되는 집입니다.
북한산 도선사라는 절의 초입에 위치해있죠.
석가탄신일에.. 절 주변에 맴도는 느낌?
계곡가에서 동동주와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갑니다.
가는길에 잠들었던 둘째. 선정이.
아직 멍~ 합니다.
스티커를 귓볼에 붙인 아들녀석.
엄마랑 옷 입는 것 때문에 실랑이 중입니다.
요렇게 한 상 차려놓고 먹습니다.
등산을 마치고 나면 산 아래에서 동동주와 감자전을 먹어줘야
온전한 등산을 마친 기분이 나잖아요!
이상한 표정짓기는 저 또래 애들의 특징인가요?
우리 아들놈의 개성인가요?
밥 다 먹고
잠도 다 깨고
기분이 좋아진 둘째.
여기 멀리까지 와서
밥을 먹어줬으니
군것질꺼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요새.
껌에 필꽂힌 애들. ㅎㅎ
이렇게 석가탄신일 하루를
절에는 못갔지만
절이 있는 산 주변에서 보냈습니다.
몸인 피곤하지만
뭔가 알차게 보낸 것 같은 하루였네요.



